
이 브리핑 문서는 삼프로 TV에서 진행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학교 교수와의 단독 인터뷰 발췌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샌델 교수는 토마 피케티 교수와 공동 집필한 신작 ‘기울어진 평등’을 소개하며, 현대 사회의 심화되는 불평등 문제와 그 근본적인 원인, 그리고 민주주의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도 있는 철학적, 도덕적 관점을 제시합니다. 능력주의의 한계, 교육의 진정한 목적, 시장 중심 사회의 위험성, 기술 혁신(특히 AI와 SNS)이 가져오는 변화, 그리고 시민적 연대의 중요성 등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루며, 한국 사회의 특성과도 연결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불평등의 심화와 그 영향:
-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선 도덕적, 철학적 문제: 샌델 교수는 불평등이 단순히 소득 격차나 부의 분배 문제를 넘어, 사회 구성원 간의 연대와 상호 존중, 공동체 의식을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분열시키는 근본적인 도덕적, 철학적 문제라고 강조합니다.
“저는 특히 불평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도덕 및 철학적 변화에 주안점을 두고 연구합니다. 또한, ‘불평등이 사람들 간의 진정한 연대와 우리 사회의 구조, 상호 존중, 그리고 우리네 생활을 어떻게 갉아먹는지 또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분열 시키고 더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지에 대해 주안점을 두고 연구해왔습니다.“ - 계층 간 삶의 공간 분리: 부유층과 서민층 간의 생활 공간(학교, 거주지, 근무지, 소비/여가 방식)이 점점 분리되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공동선에 대한 책임감을 약화시킵니다.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점 중 하나는 부유층과 서민층 간의 삶의 모습이 점점 더 양극화되어서 결국 두 계층이 자연스레 만날 수 있는 삶의 공간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능력주의의 그림자:
- 과도한 경쟁과 정신 건강 문제: 한국 사회처럼 능력 개발을 통한 개인의 사회적/경제적 지위 상승만이 불평등 해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 경향은 젊은 세대에게 엄청난 부담과 경쟁 압박을 안겨주며, 정서적, 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불평등 문제 해결에 대해 이렇게만 대응을 한다면, 많은 어린 학생들이 엄청난 부담과 긴장감을 안고 살아갈 것입니다. 그들은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필요 속에서 불안을 느끼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 교육의 본질 왜곡: 취업과 계층 상승만이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가 될 때, 배움 자체의 즐거움, 깊이 있는 지식 탐구, 시민으로서의 성장 등 교육 본연의 가치가 상실됩니다. 대학은 인재 분류 기계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취업과 계층 상승만이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가 되고 그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교육의 본질적인 중요성, 배움과 가르침의 가치, 더욱 깊이 있는 지식에 대한 갈망… 교육 본연의 가치들이 상실하게 됩니다.“ - 성공한 자의 오만과 실패한 자의 굴욕: 능력주의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이 오로지 개인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하기 쉽고, 이는 덜 성공한 사람들을 비난하며 사회적 연대 의식을 약화시킵니다. 성공은 타고난 재능과 시대적 운의 영향도 크다는 점을 간과합니다.
“능력주의의 어두운 면은 이런 치열한 경쟁의 압박을 이겨낸 끝에 성공을 쟁취한 사람들이 자신의 성과가 철저히 자신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는 순간, 드러나게 됩니다.”
“잘 나가는 사람들은 보통 덜 성공한 사람들을 비교적 깎아내리며.. 그들에게 “너의 실패는 너의 책임이다.” 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장 중심 사회의 위험성:
- 시장 경제에서 시장 사회로의 변질: 시장 경제는 생산 활동과 경제 성장에 유용하지만, 시장 경제 원리가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시장 사회로 변질될 때 위험이 발생합니다. 교육이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겨지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시장 경제 원리에 기반한 사회가 아니라 시장 경제 원리로만 돌아가는 사회로 변질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 돈과 자본 중심 사고: 돈과 자본, 시장 원리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는 경향은 윤리적, 도덕적 문제를 뒷전으로 미루게 만듭니다.
기술 혁신 (AI, SNS)과 사회 변화:
- 기술 발전의 방향 선택: 기술 혁신, 특히 AI의 발전 방향은 자연의 법칙이 아닌 인간의 선택에 의해 결정됩니다. 현재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자들의 경제적 이익에 따라 자동화(일자리 대체) 중심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AI의 유일한 용도가 아니며, 일자리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공공 투자를 통해 지원해야 합니다.
“기술의 발전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술 혁신의 방향과 기술 혁신의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의지에 의한 선택입니다.“
“AI는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보다, 직업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 SNS의 양극화 및 무력감 심화: SNS는 본래 연결을 강화하려 했으나, 수익 모델(맞춤형 광고) 때문에 사용자의 주의를 끄는 중독적인 방식(분노 유발 콘텐츠 등)으로 설계되어 오히려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정치적 양극화를 가속화하며 시민들의 무력감을 심화시킵니다. 현실에서의 의미 있는 만남을 줄이고 경청 능력을 약화시킵니다.
“오늘날 SNS는.오히려 사람들을 가르고 분열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겪는 심각한 무력감은 물론, 정치의 양극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SNS는 우리에게 경청의 중요성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는 방법을 잊어가고 있습니다.” - SNS 영향력에 대한 저항 필요: SNS 사용을 당연시하지 않고, 개인, 가족, 학교 차원(수업 중 휴대폰 사용 제한 등) 및 정책적 차원(맞춤형 광고 금지 등)에서 그 영향력에 의식적으로 저항해야 합니다.
도덕적 감수성과 공동체 해체:
- 평범한 목소리의 묵과와 무력감: 현대 사회는 거대한 힘(시장, 기술 등)에 비해 평범한 시민의 목소리가 약해져 많은 사람들이 시민으로서의 무력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동시에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욕구도 커지고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의견이 조명을 받지 못하고 묵과되는 경향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평범한 시민이 내는 목소리의 영향력이 너무 약해져서 이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시민으로서의 무력감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 공동체 기반의 약화: 치열한 경쟁의 시장 중심 사회는 공동체의 책임을 나누고 짊어져야 한다는 유대감과 의무를 약화시키고 공동체의 의미와 목적을 상실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가족같이 작은 단위의 공동체부터 이웃, 사회, 국가 같은 큰 공동체를 지탱하는 기본적인 도덕 기반이 가면 갈수록 더 흔들린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공동체의 책임을 진심으로 나누고 짊어져야 하는 사회의 일원이라는 유대감과 의무가 점점 더 약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하여 그러다 보면 결국 공동체의 의미와 목적 자체가 본질적으로 상실될 수 있죠.”
노동의 존엄성 회복:
- 인정과 존중의 문제: 불평등 문제는 분배적 정의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기여에 대해 마땅히 존중받고 인정받는 ‘인식의 위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공동체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다양한 직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야 합니다.
“많은 노동자들은… 공동체에 대한 기여와 그동안 쌓아온 업적들을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공동체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 노동의 사회적 가치: 노동은 단순히 생계 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공동체에 기여하고 사회적 인정과 존경을 얻는 중요한 방식입니다. AI 발달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인식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인간 존엄성의 근원을 노동에서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노동이라는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생계를 위한 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노동은 공동체의 번영을 목표로 하는 상호 기여를 통해 사회적 인정과 존경을 얻는 중요한 방식으로서 자리잡아왔습니다.”
민주주의 강화와 시민 참여:
- 사회적 불평등 해소의 필수성: 성공적인 민주주의는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 정치적 양극화 해소의 근본 원인은 부자와 빈자의 격차뿐 아니라, ‘승자와 패자’ 간의 갈등에 있습니다.
“성공적인 민주주의라는 것은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다양한 민주주의 국가들이 지금 당면하고 있는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 - 교육 기회의 다양화와 투자: 대학 진학률이 높더라도,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많은 젊은 세대를 위한 기술 및 직업 교육, 실습 프로그램에 대한 충분한 투자가 민주주의에 필수적입니다. 이는 그들의 노동과 업적을 존중한다는 신호가 됩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예정인 많은 젊은 세대를 위한 직업 및 기술 교육과. 그에 따른 실습 프로그램을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정치 참여 포기하지 않기: 현재의 정치 현장이 혼란스럽더라도 민주주의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개인적인 정치적 활동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정치적 담론의 수준을 높이며 민주주의 체제를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저는 다음 세대에게 절대로 정치와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치적 참여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우리의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겸손과 공적 담론의 중요성:
- 성공의 강박에서 벗어나기: 겸손은 개인의 덕목으로서 중요하며, 성공의 강박적인 윤리에서 벗어나 사회적 분열과 적대감을 줄이는 출발점이 됩니다.
“겸손이 개인의 덕목으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겸손이라는 덕목은 특히 요즘과 같은 시대에 있어 시민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 다름에 대한 경청: 겸손과 공감을 통해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이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능력은 더 나은 공적 담론을 이루는 데 필수적입니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이들과 소리지르는 대신 진정한 겸손과 깊은 공감을 가진 채 그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며. 훨씬 더 나은 공적 담론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 대한 함의:
-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경쟁은 능력주의의 폐해(젊은 세대의 정신 건강 문제, 교육 본질 왜곡)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능력 개발을 통한 개인의 성공만이 불평등 해결책이 아니며, 구조적인 접근과 사회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는 한국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 돈과 자본, 시장 원리가 중시되는 한국 사회의 경향은 윤리적, 도덕적 문제 간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는 의미심장합니다.
- 정치와 경제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한국 젊은이들의 문제는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샌델 교수는 젊은 세대들이 도덕적이고 시민적인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자 하는 열망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마이클 샌델 교수는 현대 사회의 불평등이 단순히 경제적 문제가 아닌 심각한 도덕적, 사회적 문제이며, 능력주의와 시장 중심 사회의 폐해, 기술 혁신의 방향성, 그리고 약화되는 공동체 의식과 노동의 존엄성 상실이 이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그는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적 분배 문제 해결과 더불어, 모든 구성원의 기여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문화 조성, 교육의 본질 회복, 기술 혁신의 공공선 활용, 그리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와 겸손하고 경청하는 자세를 통한 공적 담론의 수준 향상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합니다. ‘기울어진 평등’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촉구하며, 독자들이 사회의 도덕적 기반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출처: [Global Money Talk] (삼프로 TV) 발췌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