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자신을 알라” 라는 격언과 소크라테스의 논박술(論駁術, Elenchus)은 매우 깊은 연관성을 가집니다. 간단히 말해, 논박술은 “너 자신을 알라”는 명령을 실천하기 위한 소크라테스의 핵심적인 방법론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논박술 (Elenchus, 엘렝코스)
소크라테스의 논박술(論駁術)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주로 사용한 철학적 탐구 방법이자 대화 기술입니다. 단순히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여 이기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스스로 자신의 무지(無知)를 깨닫고 진리에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흔히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이라고도 불립니다.
논박술의 과정:
- 질문 제기: 소크라테스는 대화 상대방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용기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와 같이 주로 도덕적 개념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 상대방의 답변: 상대방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의나 설명을 제시합니다. 이는 보통 통념이나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경우가 많습니다.
- 반문과 검토: 소크라테스는 상대방의 답변을 존중하는 듯 보이지만, 그 답변에 함축된 의미나 논리적 귀결을 파고드는 연속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 “그렇다면 이러이러한 경우에도 그것이 정의라고 할 수 있는가?”
- “당신이 방금 말한 다른 신념과 이 주장이 모순되지 않는가?”
- 모순의 발견: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과정에서, 상대방은 자신의 처음 주장이 다른 신념과 모순되거나, 특정 사례에 적용될 수 없거나, 논리적으로 불완전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 무지의 자각 (아포리아): 결국 상대방은 자신이 안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사실은 잘 모르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태를 ‘아포리아(aporia)’, 즉 해결 불가능한 난관이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상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논박술의 목적과 특징:
- 무지의 지(知) 자각: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델포이 신탁의 의미처럼,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라고 보았습니다. 논박술은 바로 이러한 **’무지의 지’**에 도달하게 하는 과정입니다.
- 오류와 편견 제거: 사람들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던 통념, 편견, 잘못된 믿음을 검토하고 제거하여 진리 탐구를 위한 토대를 마련합니다.
- 개념의 명료화: 대화를 통해 추상적인 개념의 의미를 더 깊이 탐구하고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 비판적 사고 촉진: 상대방이 수동적으로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검토하도록 자극합니다.
- 영혼의 돌봄(Therapeia psyches): 소크라테스는 논박술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영혼을 돌보고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는 것이 영혼을 정화하는 과정이라고 본 것입니다.
주의할 점:
- 소크라테스의 논박술은 때로 상대방을 당혹스럽거나 불쾌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자신의 무지가 드러나는 경험은 유쾌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논박술 자체가 항상 최종적인 답을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무지를 깨닫고 진정한 앎을 향한 탐구를 시작하게 하는 출발점으로서의 의미가 큽니다.
요약하자면, 소크라테스의 논박술은 질문과 대답을 통해 상대방의 주장에 내재된 모순을 드러냄으로써, 스스로 무지를 깨닫고 진리를 향한 탐구를 시작하도록 이끄는 철학적 대화 방법입니다. 이는 서양 철학사뿐만 아니라 교육학 등 다양한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